[기고] 위험과 비용 그리고 안전의 삼각함수와 산업폐기물매립장

「릴레이기고 」’산폐장과 서산’ #2, 최진일(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대표)

최진일(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대표)

세월이 수상하니 다시 주식투자의 열풍이 시작된 듯하다.

5인 미만이 모여서 시간 보내기에 제일 적절한 주제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딜 가나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전문가들이 나름의 분석과 조언을 설파하고 있다.

한편 주식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알고 있는 상식이 있다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분산투자를 하라는 이야기 정도다. 주식은 몰라도 노동현장의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특히 화학물질과 관련된 위험은 그 규모나 밀집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사용하는 사업장은 만일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일반시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도 2중, 3중으로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분산투자의 논리를 따라 이런 공장들을 대규모로 짓지 않고 분산시킨다면 이런 위험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그렇겠지만 대규모의 공장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술적 문제나 생산성을 감안하면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형화, 밀집화할 수밖에 없는 산업의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주식투자와 다른 점은 이런 방식의 투자가 실패했을 때 주식은 투자자만 쪽박 차고 끝나지만 중대산업사고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산업사회가 이윤을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위험에 대한 대책 역시 결국은 비용과 투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더 많은 비용을 안전관리에 쏟아부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얼마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적 취지 역시 처벌의 수위를 높여 사업주들이 ‘차라리’ 안전비용에 투자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참으로 위태롭고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험과 비용, 안전의 일반적인 삼각함수다. 그리고 이것이 작동하지 않을 때 비극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된 서산 오토밸리 산업폐기물매립장 문제를 여기에 비추어 보자. 가장 먼저 지적할 부분은 애초에 산폐장이 대형화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가하는 점이다.

오토밸리가 조성될 당시 예정된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규모는 31만톤이었다. 하지만 산폐장 사업자는 예정규모의 4배가 넘는 132만톤으로 승인을 받았다.

현재 연간 2천톤밖에 발생하지 않는 오토밸리의 산업폐기물로 여기를 채우려면 660년이 걸린다. 대형화로 인한 유출과 오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용량을 늘릴만한 공적인 가치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형화의 이유라고는 전국의 폐기물을 받아들여 수익을 내려는 서산EST와 ‘한 지역 희생해서 파묻고 말자’는 편의주의적인 폐기물정책 뿐이다.

폐기물의 발생 자체를 감축하고 국가가 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임에도 위험을 늘리는 길을 아무 고민 없이 가고 있는 것이다.

명분없는 용량확대가 오토밸리 산폐장의 태생적인 문제라면 전국의 산폐장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분명한 책임소재 문제는 직접적인 위험이다.

이미 전국의 수많은 산폐장에서 침출수 유출, 붕괴, 지반침하 등의 사고와 이로 인한 토양오염, 하천오염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주체가 아무도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사업자는 하루빨리 많은 폐기물을 파묻고 떠나면 그만이고 수시로 바뀌는 땅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폐장에 대한 복구공사, 안전진단, 정화시설 설치 등에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것도 폐기물사업자의 명확한 책임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토밸리 산폐장은 용량을 늘리면서 위험도 늘어났지만 이 위험을 상쇄할 안전관리에 대한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사고는 이런 빈틈에서 발생한다.

노동현장에서도 이러한 인과관계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가까운 태안화력의 김용균노동자의 사망사고 역시 원청인 발전회사가 설비개선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안전관리 책임은 하청에 떠넘기는 균열 속에서 발생했다.

매년 수십명이 사망하는 조선업의 사고들 역시 이러한 원하청 관계속에서 실종되는 안전에 대한 책임이 그 원인이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들의 문제에 이르면 이는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연이어 발생하는 특수고용직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쿠팡과 같은 플랫폼기업의 물류작업 노동자들의 죽음은 불안정한 고용형태 때문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안전관리의 공백이 본질적 원인이다.

이런 노동자들이 주당 72시간 넘게 일해도, 야간노동을 2주 넘게 지속해도 사업주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고, 가장 기초적인 건강검진을 제공할 의무조차도 정해져있지 않다. 자본주의적 안전관리는 이런 방식으로 무너진다.

오토밸리 산폐장 역시 이 길을 따라가고 있다. 위험은 폭증시켜놓고 안전에 투자하거나 책임을 질 주체는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역의 주민들의 다양한 피해와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낭비로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이익과 뿌리깊은 행정편의주의의 힘이 이 사업을 밀고가는 현실이 개탄스럽지만, 참으로 다행인 것은 지역의 주민들과 단체들이 끈질기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산시민들의 저항이 소중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내 집앞에 혐오시설 반대’라는 것을 넘어 폐기물관리의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얼마나 오랜 싸움이 될지 모르지만 분명 노력의 결실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역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조직으로서 최선의 연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서산포스트seosan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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