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고, 물류센터‧택배노동자의 제대로 된 과로사 개선방안 마련하라!

[ 성 / 명 / 서 ]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고,
물류센터‧택배노동자의 제대로 된 과로사 개선방안 마련하라!

지난 3월 6일 쿠팡의 송파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전담했던 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같은 달 13일에는 로젠택배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결국 15일에 사망했다. 올해 들어 쿠팡에서만 7명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물류, 배송업무 포함),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물류업이 급성장 하면서, 잇달은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물류센터와 택배노동자의 극심한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나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는, 로젠택배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하던 날인 3월 15일,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의 취업업종을 확대해 물류센터의 택배 상‧하차 작업에도 허용한다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물류센터의 상‧하차 업무는 물류센터의 업무 중에서도 힘들기로 유명해 지옥의 알바라고 불릴 정도 악명이 높다. 심야에도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높은 중량의 택배물량들을 내리고 올려야 하는 업무이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상하차 노동자를 대상을 진행한 택배물류센터 노동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7.7%가 일하던 중 다친 경험이 있고 38.5%가 업무상 상해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힘든 만큼 위험한 업무라는 의미인데, 이렇게 일해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때문에 대부분이 계약직‧일용직인 물류센터에서도 이직률이 높은 업무이다.

물류업계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인원을 늘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보다는 정부에 인력수급대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기업의 손을 들어 고용허가제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 논의를 하다 노사 쟁점이 있다는 이유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결정을 떠넘겼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무임금의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적정 노동시간‧물량 등에 관해 주로 논의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과정에서 노동조건 개선을 빌미로 이주노동자 허용 문제를 끼워 넣었다. 특히 문제적인 것은 택배 과로사 문제의 핵심 업무가 분류작업이지만 엉뚱하게도 상하차 업무에 이주노동자 고용을 정식화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상하차 업무는 택배노동자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물류센터의 공정이다. 이는 택배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아닌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하차 업무에 이주노동자 고용을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던 택배업계의 잇속을 채워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합의에 담긴 과로사 개선 노력은 하지도 않으며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에 은근슬쩍 이주노동자 문제까지 끼워 넣은 점에서 정부의 과로사 개선 노력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외면한다면 그만큼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고속성장에 맞게 이윤을 나눠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두 명이 하기도 힘든 일을 혼자 하게 하지 말고 세 명으로 늘려야 한다.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심야노동을 없애야 한다.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이 아니라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 위함한 일을 전가하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키워가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윤은 위로 향하고, 위험은 비정규직에게, 여성노동자에게, 이주노동자에게, 고령 혹은 청년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고용형태가 복잡해지면서 위험은 계속해서 또 다른 대상을 찾아 흘러든다.
물류업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업종이다. 주말도 없는 로켓배송‧새벽배송과 같은 편리함을 내세우는 소비시스템 뒤에 다른 사양산업에서 옮겨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방치 속에 저임금의 힘겨운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이윤을 챙기기 위한 꼼수에 손발 맞춰 주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기업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위험한 노동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시행령을 폐기하고,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들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으로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전체 물류센터와 택배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하라.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 시스템이 점점 더 밀도 높게 구조화 되어가고 있는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방치하지 말고 개선대책을 강구하라!

2021년 3월 22일

건강한노동세상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 일과건강 |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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